오랜만에 포스팅하는 글이 영어 관련 쓸데없는 뻘글이라 좀 그렇지만, 페이스북에 적기 시작한 글이 너무 길어져서 블로그에 포스팅하기로 함.
미국에 2011년에 넘어왔으니까 올해로써 이제 미국생활 4년차 들어간다. 처음에 왔을때는 4년정도 여기 있으면 영어는 잘 하겠지라고 했는데 웬걸, 확실히 영어 울렁증은 없어지고 최소한 내가 지금 하려고 하는 말들이 100% 실시간으로 나오긴 하지만 여전히 그 수준은 내가 한국어를 구사하는 수준은 아닌지라 한 단어로 표현이 가능한 복잡미묘한 명사나 동사를 표현하기 위해 쉬운 단어들 몇개를 합쳐서 빙빙 둘러서 설명을 하는 그런 수준. 관심사인 부동산이라든가 게임이라든가 최신개봉 영화 뭐 이런 이야기들은 곧잘 하고 농담따먹기도 잘 하지만, 여전히 미국 문화의 베이스가 없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이 많다. 당연히 깨알같은 문법 실수와 관사 생략은 기본.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부터 부쩍 한국쪽 개발 커뮤니티나 컨퍼런스에 보면 개발자와 영어를 관련시킨 발표가 많아졌다. 어떤 사람들은 본인의 해외 어학연수 경험을 공유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오픈소스 활동 경험을 공유하기도 하고.. 아무튼 기본적으로는 실력만 있으면 영어를 못해도 해외에서 개발자로 일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라는 글들도 보인다.
물론 미리 겁 집어먹고 도전을 안하는 것도 바람직하진 않겠지만, 글쎄 과연 실력만 있으면 정말 괜찮을까? 개발자로써 상위 10%정도의 실력이라 코드로 진짜 모든 걸 말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영어 관련 개발자 포럼의 글들 보면 그런 댓글들이 많이 보인다. 개발자는 코드로 말한다고. 근데 스스로 그런 수준인가 하는 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보통 개발자들이 자기는 다른 개발자보다 좀 더 특출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데(여기에는 나 자신도 포함되는 듯), 좋든 싫든간에 그들 중 90%는 상위 10%가 아니니까.
바다 건너 이억만리에서 인터넷으로 버그 수정하고 코드 커밋하고 이메일로 비실시간 대화를 할 수 있는 오픈소스 개발이라면 영어실력이 그렇게 꼭 중요하진 않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영어라는 것도 주로 읽기(이건 한국사람들 다 잘하니까) 와 쓰기에 한정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한국사람들의 최악의 약점인 말하기인데... 실제로 영어로 일을 하는 회사에 출근을 해서 일을 해야 하는 경우에 이 말하기 능력은 엄청 중요하다.
한 회의실에서 개발자 대여섯명, 혹은 어디 발표라도 해야 하는 날에는 수십명 앞에서 실시간으로 대화를 하고 의사소통을 해야 하고, 실시간으로 내 의견을 말하고 상대방의 말에 논박을 해서 내 의견을 설득시켜야 한다. 그걸 할 수 없으면 그냥 입닫고 시키는 대로 일을 할 수 밖에.
또 하나, 실제로 내가 얼마나 개발자로서 실력이 있든간에 외국애들이 보는 내 실력은 딱 내 영어실력만큼이다. 의사소통이 안되는데 당연하지 않겠나? 물론 앞에서 또 말했듯이 실력이 엄청 좋으면 코드로 모든걸 말할 수도 있겠지만... 개발주제로 회의하는 시간에 코드를 짜서 보여줄 순 없지 않나? 코드를 짜서 보여준다고 해도 다른 동료 개발자들이 코드리뷰 진행시 물어보는 것들에 대해서 명확하게 대답을 할 수 없다면 실력이 무슨 소용이 있나. 설사 본인이 맞고 다른 사람들이 그걸 이해못한다고 해도 그 자체를 상대방에게 이해시키지 못한다면 그들에게는 내가 틀린 것일 수 밖에. 그리고 말했듯이 개발자의 90%는 10% 상위개발자가 아니다.
해외취업을 한 사람들 중에서 영어 잘 못해도 회사생활 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내가 보기에는 딱 두가지 부류다.
진짜 별로 개발자들간의 의사소통할 필요가 없이 자기 혼자 북치고 장구치는 포지션을 맡은 경우(one man army)거나, 그게 아니라면 실제로 본인이 하는 일이 전혀 다른 개발자들과 의사소통을 하지 않아도 될만큼 크게 중요한 결정이 필요없는 경우.
그게 아니고 진짜 제대로 업무에서 영어쓰면서 일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고, 또 영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아는 개발자들은 내가 생각하기에는 '영어 하나도 못해도 해외 취업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을 듯 하다.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채용을 해야 하는데 겁주면 안올까봐 안심시키는 말일 가능성이 아주 높거나, 아니면 팀에 한국사람들이 아주 많고 본인이 맡을 포지션은 그렇게 다른 팀들과 회의를 할 일이 없는 포지션일 경우.
이 경우 본인의 해외취업의 목표 중에 '영어' 가 들어 있다면, 글쎄.. 취업하고 3년이 지나고 5년이 지난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영어실력은 한국에서 목표의식을 가지고 매일매일 아침에 한시간씩 어학원에서 원어민 영어를 하는 사람에 비해서 얼마나 늘지 의문스럽다.
물론 생활영어, 서바이벌 영어는 늘겠지. 마트도 가야하고 음식도 주문해야 하고, DMV나 관공서 가야 할 일도 있을테니까.
해외취업에 겁 먹을 필요는 없다. 말하기에 익숙하지 않을 뿐이지 중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때 나름 어느정도 영어공부에 노력을 했고 독해랑 쓰기가 어느정도 가능하다고 생각하면(이것도 본인 생각으로 그럴거 같다 그러지 말고 영어시험이든 어학원 레벨 테스트든 한번 받아보고 나름 객관적인 판단을 해 볼 필요가 있다), 개발실력이 어느정도 있다면 해외 취업에 도전을 해볼 만 하다. 그리고 해외에 나와 살면서 영어환경에 노출되면 좋든 싫든 어느정도 수준까지 영어는 늘어나는 거 같다. 물론 그 영어의 질과 발전속도는 본인이 어떻게 하느냐와 본인이 놓인 환경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다만, 운이 좋거나 처음부터 누군가의 눈에 잘 들어서 끌어주는 사람이 생기지 않는한, 외국인 개발자들 사이에서 일을 한다는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는 건 미리 각오를 해 두는 게 좋다. 본인 스스로 생각에 사교성이 좀 떨어지거나 소심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은 각오를 좀 더 해야 할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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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가 문제로세.. 도움되는 글이었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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