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7일 월요일

가을이 집에 온 날 ( 2011/10/08 PST)

OC 동물보호소로부터 고양이를 데리러 오라는 연락을 계속 기다리곤 있었지만 연락이 와 봐야 오후 늦게나 혹은 월요일날 데리러 갈거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12시가 막 되기 전에 연락이 왔다. 수술은 잘 되었고 애 상태가 좋으니까 오늘 오후 3시 이후에 와서 데려가도 된다는 것이었다. 마침 옥경님의 고양이도 토요일날 데려오라고 연락을 받은 터라 같이 가기로 하고(물론 차는 따로) 보호소로 출발했다. 접수하고 20분쯤 기다리니 직원이 종이박스에 담긴 가을이를 넘겨주었다. 박스 안에서 처량하게 냑~ 냑~ 하고 우는 소리를 듣고 종이박스를 열어보았는데, 아침일찍 수술했다고는 믿기 어려울만큼 상태가 건강하고 팔팔했다.
즉석에서 어제 구입해 가져갔던 캐리어에 가을이를 옮기고 주의사항에 대해서 직원의 설명을 들었다. 한동안 음식 너무 많이 주지 말고 10일간은 목욕 금지, 과도한 활동금지, 회복 및 새 집에 적응할때까지 조용하고 따뜻한 곳에 자리를 마련해 주고 쉬게 둘 것 등등...


 집에 데려오자마자 배가 고플 것 같아서 전날 구입했던 고양이용 사료와 물을 줬는데.. 잘 먹더라. 지나치게 똥꼬발랄해서 배에 나있던 수술자국이 아니었으면 정말 아침에 수술한게 맞나 싶을 정도였다.


 눈치를 보긴 했지만 처음부터 사람을 별로 무서워하지 않고 발랄한 것이 아마도 버려진 고양이가 아니고 어느 가정집에서 어미고양이가 낳은 새끼를 주인이 감당하지 못하고 보호소에 갔다준게 아닌가 잠직이 되긴 하는데.. 아무튼 이렇게 해서 우리 부부는 '가을이'라고 이름지은 어린 생명을 책임지게 되었다.















가을이를 처음 만난 날(2011/10/07 PST)

일단 마음이 정해졌기 때문에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금요일 휴가를 내고 아내와 함께 다시 OC Animal Care를 방문했다. (아내에게는 며칠 전부터 애완동물을 보호소에서 한마리 데려오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뒀던 상태 )

나는 사실 전날 봐뒀던 2년생인가 3년생인 샴 고양이 믹스 수컷 혹은 유난히 나한테 러브콜을 보냈던 검은고양이(네로?)를 고려하고 있었는데, 아내는 뜻밖에 막 2개월이 된 조그만 회색 새끼 고양이를 마음에 들어했다. 들어가자마자 자기를 보고 반겼다나 뭐라나... 그리고 고양이를 한번도 키워보거나 접해본 적이 없는 아내였기 때문에 너무 큰 녀석들을 고르면 정 주기가 쉽지 않을거라 생각해서 아내의 의견대로 그 회색 놈을 보여달라고 자원봉사자에게 말한 다음 놀이방에서 주먹만한 크기밖에 안되는 그녀석을 맞이하게 되었는데... 이 녀석이 지금 키우고 있는 고양이다.






 첫 인상은 뭐랄까.. 그냥 고양이답게 생기고 무늬가 선명하고 막 2개월에 들어선 새끼 고양이라서 귀여웠다. 게다가 첨부터 생각했던 암컷이었고 아내가 좋아했다. 입양을 하기로 결정하고 필요한 서류에 싸인 및 입양비용 결제를 했다. 입양비용은 $130정도였는데 비용은 모두 입양에 필요한 중성화 수술 + 예방접종 비용이었다.
보호소로 들어오고 입양되는 개체수가 개가 고양이보다 압도적으로 많아서 항상 개들을 먼저 중성화 수술 하고 고양이는 항상 뒷전인 터라 평소같으면 수술 및 회복을 기다렸다 데려갈려면 며칠을 기다려야 되었는데 우리가 갔던 주말은 마침 고양이 입양이 많아져서 보호소에서 특별히 추가수술 일정을 마련했던 터라 다음날 첫 수술로 이 녀석이 잡혔고, 상태를 보고 그날 오후 늦게 또는 월요일날 데려갈 수 있을거라고 직원이 이야기를 해주었다.

집 근처 Pet Smart에 가서 고양이를 데려오는데 필요한 물품들을 이것저것 사서 준비해 놓고 소풍가방 싸놓고 들뜬 초등학생처럼 잠을 청했다.


이름은 '가을' 로 정했는데, 정확한 생일을 알 수가 없었고 뭔가 암컷다운 예쁜 이름을 지어주고 싶었는데 마땅한 걸 찾지 못해 고민하다가 입양을 가을에 하니까 가을이라고 지어주자라고 이야기해서 이 이름을 갖게 되었다.





오렌지 카운티 동물 보호소를 들르다. (2011/10/06 PST)

미국 본사에서 근무를 하면서 놀라운 것 중 하나는, 매니저의 승인이 필요하긴 했지만 매니저의 승인만 받으면 본인의 애완동물을 회사로 데려와서 근무시간 동안 옆에 두고 보살피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점심시간 또는 쉬는시간에 개를 데리고 산책 나오는 모습을 너무나도 흔하게 볼 수 있었고, 회사 밖에서도(이를테면 Irvine Spectrum Center같은) 사라들이 자신의 애완동물을 데리고 다니는 장면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물론 이 경우 애완동물이라 함은 개를 말하는 것인데, 물론 산책냥이라고 불리우는 산책을 좋아하는 고양이가 드물게 있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고양이는 산책을 좋아하지 않고 밖을 무서워하기 때문에 산책시킨다는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어릴때의 기억때문인지 어떤지, 아무튼 내 머리속에는 '애완동물=개' 라는 생각밖에 없었고, 고양이라는 동물은 내 선택지에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었다. 하지만 렌탈로 살고 있는 집이 마당이 없는 아파트 커뮤니티이고, 치와와라든지 하는 개보다는 비글이나 닥스훈트 같은 개를 키우고 싶었기 때문에 사실상 개를 키울 수도 없는 상황.

애완동물을 입양하는데 돈백만원 가까이 돈을 쓰고 싶지도 않았고, 또한 팻 스토어에서 파는 애완동물들이 어떤 식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대량번식되어 팔리고 있는지도 기사와 사람들을 통해서 많이 들었었고, 동물 보호소에서 애완동물들을 입양하는 것이 사람을 위해서나 동물들을 위해서나 좋다라는 인식이 꽤 널리 퍼져있던지라(최소한 내 주위에서 애완동물을 키우던 동료들에 한해서는) animal shelter에 한번 방문해서 입양하고 싶은 녀석들이 있는지를 살펴보기로 하고 같이 일하고 있는(그리고 이미 고양이 한마리를 키우고 있는) 옥경님과 함께 점심시간때 Orange County Animal Care를 방문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냥 막연하게 애완 동물 하나 입양하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간 것이었다.







 OC Animal Care에 갔더니 애완동물 한마리를 입양하는 건 두 마리를 살리는 일이라고 되어 있었는데 그 이유는 1)입양되지 못한 애들은 일정 기간 후 안락사가 되기 때문에 그 녀석을 살린 것이 되고 2)그 녀석을 입양함으로 인해서 케이지가 비게 되어, 또 다른 유기동물을 보호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뭐 여기에 대해서는 100% 공감.


개와 토끼의 보호소는 야외에 있었고, 고양이들의 보호소는 실내에 있었다. 평일 점심때였음에도 불구하고 참 많은 사람들이 동물들을 보기 위해 방문을 하고 있었고, 대부분의 직원들 또한 자원봉사자라는 것이 놀라웠다. 아무튼 개 우리에서는 입양하고 싶은 녀석을 발견하지 못했고(발견했다 하더라도 실제로 입양할 형편이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 발길을 돌린 고양이 우리에서 뜻밖에 마음에 드는 몇 녀석들을 발견했다. 오래된 기억이 치유되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아기 고양이들을 직접 본게 처음이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실수였지만 아무튼 내 손으로 목숨을 걷어간 그 녀석에 대한 죄책감을 털어버리기 위해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 고양이들 중 하나를 데려가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 후보가 될만한 몇 녀석을 찍어놓고 다시 사무실로 복귀했다. 같이 갔던 옥경님은 그날 바로 데려갈 녀석을 골랐고, 중성화 수술을 시킨 다음 며칠 뒤 데려가기로 했다.( 캘리포니아의 동물 보호소 정책 상 보호소에 들어온 녀석들이 나갈때는 반드시 중성화 수술을 해야 한다.) 

얼마전에야 알게 된 것인데 그날 찍었던 몇장의 사진들 중 내 의지로 고른 내 첫 애완동물 '가을이' 라고 추정되는 녀석의 사진을 발견. (아래 새끼 고양이 중 제일 오른쪽 ) 하지만 워낙 새끼 고양이들이 많았고 domestic short hair인 녀석들이 많아서 요놈이 가을이가 맞는지는 알 수가 없다. 목에 일련번호라도 보이면 알 수 있었을 텐데...





애완동물에 대한 어릴적 기억

지금 생각해보면 내 어린시절에는 늘 개가 있었다. 지금처럼 평생반동물이라든지 하는 그런 개념이 있기도 전에, 말 그대로 어릴적 동네마다 있던 누렁이라든지 바둑이라든지 하는 식으로 불리우던 그런 동물들 말이다. 남은 밥 주고 집 밖에 묶어놓고 키우는 그런 녀석들 말이다. 내가 선택한 애들은 아니었지만 아무튼 집에 개가 있는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아마도 우리집에 애완동물이 없어진 건 고등학교 1학년 1학기를 마칠 무렵 아파트로 이사를 가게 되면서였던 것 같다. 살던 집을 팔면서 키우던 녀석을 남겨두고 왔었는데 그게 너무나도 가슴 아프고 안쓰러워서 이사한 이후에도 두세번 정도 그녀석을 보러 옛날 집을 찾아갔던 기억이 난다.(이사한 후에도 전학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계속 한 학기를 기존 학교에 다녔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 그게 거의 1990년도 초였으니까 그때는 아파트에서 애완동물을 키운다든지 하는 일은 생각할 수도 없었던 때였던 것 같다. 어차피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었기에...

금붕어라든지 햄스터라든지 하는 녀석들을 중간에 몇번 키워본 적이 있지만 그 당시에는 그놈들에게 이름을 붙여준 적도 없었고 햄스터의 경우에는 안좋은 걸 본 기억도 있어서 이놈들이진짜 내 애완동물이었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던 듯.  

아파트로 이사를 하기 전까지 키웠던 애완동물 중에 딱 한번 고양이를 키운 적이 있는데, 사실 고놈은 어디서 업둥이로 데려온 녀석이나 사 온 녀석이 아니라 살던 집 뒤 언덕 공터에 출몰하곤 하던 검은색의 도둑고양이였다.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언제부턴가 어머닌가 할아버지가 종종 출몰하던 그 녀석을 위해 남은 생선이라든지 이런저런 음식들을 내놓을 때가 있었고, 그 녀석은 그걸 먹으러 집 근처를 점점 자주 배회하다가 가끔씩은 집 안으로 들어오기도 했는데 크게 해를 끼친다든가 털이 심하게 날린다든가 하는게 아니어서 맘대로 놀게 두다가 식사를 하거나 밤에 자기 전에 집 밖으로 내보내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도둑고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참 사람을 잘 따랐던 것 같다.

사고가 난 날도 여느때와 같이 고양이를 들어다가 문 밖으로 내놨는데 그날따라 요놈이 나가기 싫었던지 후다닥 집 안으로 다시 들어왔다.두세번을 밖에다가 다시 내다놔도 계속 같은 식으로 집 안에 들어오길래 마지막에는 고양이를 좀 멀리 던지다시피 내다놓고 재빨리  현관문을 닫았는데 문이 닫히다가 뭔가에 걸리는 느낌과 함께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현관문 바라보니 그 사이 그 고양이가 재빨리 들어오다가 내가 문 닫는 순간에 목이 현관문에 끼어버린 것... 차라리 세게 닫았다면 그 녀석도 고통스럽지 않게 저 세상으로 갔을텐데 목이 애매하게 부러진 상태로 거의 30분 이상을 경련과 함께 힘든 시간을 보내다가 결국은 딱딱하게 굳어갔다. 그날 저녁 싸늘하게 식어버린 그 녀석을 그 녀석이 놀던 집 뒷 언덕 평평한 곳에 묻어줬었다.

의도치는 않았지만 난생 처음 내 손으로 생명을 뺏게 되어버린 사건이었고, 그녀석이 힘들어하다가 죽어가는 모습을 계속 바라봐야 했었기 때문에 나에게도 엄청난 충격이었고 악몽도 몇번 꿨던 걸로 기억한다. 그게 트라우마가 되었던 건지 아니면 공부하고 취업하기 바빠서 그랬던 건지, 아무튼 분명히 마음먹고 키우려면 키울수도 있었을텐데 상경해서 결혼전까지 혼자 살던 동안에조차 나는 애완동물을 키우지 않았었다. 한두번 시도했던 적이 있었지만(분당 수내동 살때 쥬쥬시티에 몇번 갔던 기억이 남), 그때의 기억도 기억이고 특이한 품종의 녀석들이라는 이유로 50만원이 훌쩍 넘는 금액을 주고 그 녀석들을 데려온다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결혼한 이후에도 맞벌이를 하는 관계로 애완동물을 들이는 것에 대해서 생각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았는데, 고양이라는 동물에 대해서는 그때의 기억때문에 아예 고려를 하지 않았고 다른 대안인 개의 경우에는 개는 사람을 따르고 너무 혼자 집안에 있는 시간이 많으면 정신병에 걸린다든가 스트레스로 온 집안 가구며 벽지며 장판을 뜯어놓는다는 이야기를 너무나도 많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상태가 계속 이어져서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의 미국 본사로 트랜스퍼하게 된 이후에도 계속 애완동물 없이 지내게 되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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